하루의 쉼표 같은 힐링 채널들

YouTube 채널 강과장, 오느른, 허지웅답기
몇 년 전부터 힐링을 키워드로 하는 서적, 음악, 여행 등의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엔 유튜브에도 힐링 바람이 불었다. 
스트레스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하루의 쉼표 같은 유튜브 채널을 모아 소개한다.


ⓒYouTube 강과장


ⓒYouTube 오느른


ⓒYouTube 허지웅답기




유튜브 힐링 채널? 

힐링이란 사전적 의미로 몸이나 마음을 치료하는 것을 뜻한다. 다만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힐링은 좀 더 넓은 의미를 갖는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음악을 듣거나, 보기만 해도 편안한 풍경에 빠지는 것도 모두 힐링. 오늘날의 힐링은 누군가 요리를 하는 일상적인 영상만으로도 가능해 보인다. 힐링을 표방하는 유튜브 채널의 스펙트럼이 넓은 이유다. 


힐링 채널 중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형식으로는 ‘일상 브이로그’를 꼽을 수 있다. 일상 브이로그는 개인의 소소한 하루하루를 마치 일기를 쓰듯 영상으로 기록한다. 사실 주인공들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 그러나 그들이 전하는 자기 고백적인 영상은 진솔함과 진정성을 모두 챙긴다. 녹록지 않은 이들의 인생 이야기에 사람들은 공감하고, 동시에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일상 브이로그가 담고 있는 주제도 직장 생활부터 돈, 가족 관계, 연애, 친구 등 우리가 늘 고민하는 문제들이다. 


유독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브이로그를 포함한 힐링 채널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유튜브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데 용이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기존 미디어가 다소 일방적으로 정보나 재미를 전달했다면, 유튜브는 댓글 기능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같은 영상을 보고 댓글을 남기고 구독자들은 누군가 쓴 글을 보면서 비슷한 감정에 젖는다.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 함께 한다’는 동료애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은 영상을 보는 이에게 위로를 선사한다.



개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아예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거나 다른 사람의 고민을 상담하는 콘텐츠도 ‘힐링’이란 콘셉트 안에 존재한다. 이 같은 영상에 달린 댓글은 공감이나 위로 혹은 응원의 메시지로 고민하는 사람은 물론 이를 보는 사람에게 따뜻한 위안을 준다. 내용이나 형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사람들에게 작은 울림을 주는 힐링 채널 3개를 추천해 본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강과장의 일상 브이로그

강과장의 유튜브 시작은 소소했다. 개인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올렸는데, 그중 한 영상이 소위 대박을 친 것. ‘서울 10년 동안 6번 자취방 이사한 이야기’는 누적 조회수 360만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서울에 상경한 뒤 이곳저곳 자취방을 옮겨 다닌 과정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전세 2천만 원에서 시작해 6년 만에 1억 이상을 저축하여 강남에 방을 얻었고, 재테크에 눈을 뜬 뒤 다시 4천만 원짜리 원룸으로 옮겼다. 그의 치열한 생활기는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거나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사실 강과장에겐 짠돌이란 별명이 있다.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거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짠내 풀풀 풍기는 모습은 때로 웃음을 유발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긴다. 낮은 톤의 목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그가 전하는 이야기엔 진심이 담겨 있다. 


강과장은 최근 4평짜리 원룸에서 10평 남짓한 투룸으로 이사했다. 이곳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겠다고 한다. 궁상맞게 생활하던 한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은 마치 누군가의 성장기를 보듯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볼수록 매력 있는 강과장 채널이 가진 힘이다. 

ⓒYouTube 강과장


리틀 포레스트를 꿈꾸며 시작한 최별 PD의 시골살이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상은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상상이다. 그런데 이런 꿈같은 일을 행동으로 옮긴 사람이 있다. 바로 유튜브 오느른 채널의 주인공 최별 PD. MBC 시사 교양국의 최별 PD는 전라북도 김제의 작은 마을에 무려 115년 된 폐가를 4천5백만 원에 구입했다. 오로지 자신의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폐가 리모델링을 시작한 것. 이후 소속 방송국의 인증을 받아 현재 MBC 공식 유튜버란 호칭을 얻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어른들을 뜻하는 오느른은 30대 여성의 자기 성찰을 중심으로 옆집에 사는 이여사, 아흔 살이 넘은 동네 어르신 친구 등 이웃 사람들의 이야기가 꾸밈없이 펼쳐진다. 최근엔 자신의 아버지가 시골집에 둥지를 트기도 했다. 소박한 시골살이 브이로그가 따뜻함을 선사하는 건, 삭막한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이웃 사람들의 정이다. 집들이를 하고 함께 메주를 만들고 음식을 얻어먹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여기에 영상미도 빠질 수 없다. PD란 직업은 속일 수 없는지 오느른의 영상은 군더더기 없이 편안하다. 아날로그 풍의 글자체까지 소위 갬성을 자극한다. 평화로운 음악으로 꾸민 영상과 시골 소리를 채집한 자연을 담은 ASMR은 덤이다. 


ⓒYouTube 오느른




허지웅 작가의 진심 어린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고민 상담소

카세트 테이프가 돌아가고 고민을 토로하는 한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방송인으로도 유명한 허지웅 작가가 사연을 들은 뒤, 자신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말하기 시작한다. 허지웅 작가가 진행하고 미디어커머스 기업인 블랭크코퍼레이션이 제작하는 유튜브 채널 ‘허지웅답기’의 인트로다. 


허지웅답기는 브이로그와 달리 아예 타이틀부터 ‘고민 상담소’를 달았다. 상담 주제는 다양하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것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까지. 일견에 따르면 방송으로 적당하지 않은 민감한 주제는 자체적으로 거른다고 한다. 


사실 허지웅 작가는 악성 림프종으로 항암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다. 인기 있는 방송인에서 암투병환자라는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겪은 사람으로서, 그가 전하는 말들은 뼈아프지만 깊이가 남다르다. 다소 거친 표현 속에 숨겨져 있는 허지웅 작가의 인간적인 면도 엿볼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사연을 올린 사람과 직접 통화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는다. 그가 남기는 “좋은 일 밖에 없으실 겁니다”라는 말은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를 남긴다.

 

허지웅답기는 시즌1을 시작으로 현재 시즌2가 마무리된 상태다.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허지웅답기 시즌3을 기대해 본다. 


ⓒYouTube 허지웅답기